3세대(G) IMT2000 사업자 선정 당시 일었던 기술방식 선택을 둘러싼 사업자와 정 부의 갈등이 4G 진화과정에서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. 4G 기술 채택 에 대한 이동통신사업자의 의지가 정부의 정책방향과 크게 어긋나 있는데 따른 것 이다.
현재 4G 기술은 비동기 GSM에서 진화하고 있는 유럽형 `롱텀 에볼루션'(LTE)과 한 국이 독자기술로 개발해 3G 세계 표준 가운데 하나로 채택된 `와이브로'가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. 두 기술 모두 4G 국제표준으로 채택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 데, 전 세계적으로 광범위한 가입자 기반을 갖춘 WCDMA의 진화기술인 LTE가 글로 벌 우위를 점하는 양상이다.
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, LTE기술의 이같은 글로벌 시장영향력은 KT(KTF), SK텔레 콤, LG텔레콤 등 국내 이동통신업계의 4G기술 채택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쳐, 정부 정책에 반하는 상황이 만들어질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. 정부는 와이브로에 기반 한 4G기술인 `와이브로에볼루션'을 적극 육성하기 위해, LTE보다는 와이브로에볼루 션 채택을 유도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.
이는 결국 3G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이통사업자와 정부간에 빚었던 갈등을 그대로 답습할 우려로 나타나고 있다. 지난 2000년 3G로의 진화를 앞둔 SK텔레콤, KTF, LG 텔레콤 등 이통3사는 동기식 대신 글로벌 대세였던 비동기식 WCDMA로 3G사업권을 신청했다. 하지만 정부는 우리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동기식 CDMA의 진화와 육성 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. 결국 비동기식 3G 사업권은 SK텔레콤과 KTF에게만 돌아가 고, LG텔레콤은 다음해에 동기식 사업권을 획득한다. 당시 정부는 `동기와 비동기 의 균형발전'이란 이름으로 주파수 할당대가 등 동기식 지원정책을 LG텔레콤에게 약속했다.
당시 상황은 △주류와 비주류 기술간의 경쟁 △사업자들의 주류기술 선호 △정부 의 한국형 기술(비주류) 육성 의지로 요약된다. 그러나 정부의 동기와 비동기의 균 형발전 정책은 지난 2006년 LG텔레콤의 동기식 3G사업권 반납으로 실패로 돌아갔 다.
통신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이 4G진화 과정에서도 되풀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. 이와 관련 글로벌 이통사업자들은 4G기술로 LTE를 채택하려는 움직임이 두드 러지고 있다. 국내 사업자들 역시 속내를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LTE를 선호하고 있 다. 이런 가운데 방송통신위원회는 LTE의 존재를 인정하면서도 와이브로 육성을 포 기할 수 없는 정책으로 못박고 있다. 3G 진화 당시와 유사한 상황이다.
전문가들은 현재와 같은 LTE 우위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3개 이통사가 모두 LTE방식 으로 4G 사업권을 신청할 것으로 보고 있다. `LTE방식의 4G행 티켓'의 향방은 아 직 알 수 없지만, KT와 SK텔레콤이 된다면 와이브로는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. 차세대 네트워크를 LTE로 정한 상황에서 와이브로는 투자 나 사업성 측면에 우선 순위에서 멀어질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.
일각에서는 정부가 4G사업권 발부 시점에서 와이브로의 생존과 활성화를 위해 3G 사업자 선정 때의 동기와 비동기간 균형발전과 같은 정책을 펼칠 것이란 관측도 나 오고 있다. 와이브로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통해 `와이브로 4G 전국사업자'를 유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.
이런 정부의 정책이 3G때처럼 실패로 끝날지는 미지수다. LTE와 와이브로의 관계 는 동기냐 비동기냐의 문제와는 다른 양상도 있기 때문이다.
업계의 한 전문가는 "KT와 SK텔레콤은 와이브로에 이미 수천억원을 투자해 가입자 도 확보하고 있고, 기존 3G서비스의 대체재로 포지셔닝하고 있다"며 "이런 점에서 LTE와 와이브로는 4G시대에도 공존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"고 말했다.
하지만 시장과 기술의 글로벌 추세에 민감한 사업자들의 선택과 한국형 기술에 대 한 정부의 육성의지는 4G시대를 앞두고 다시 한번 충돌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지적이다.
김응열기자 uykim@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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